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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향한 기준

숏터뷰 EP24. 노무법인 청인 조은아 대표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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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법을 일하는 사람의 언어로 바꾸다

노무법인 청인 조은아 대표

법에는 정해진 답이 있지만, 사람의 문제는 언제나 그보다 복잡하다.
급여와 해고,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처럼 일터에서 벌어지는 문제에는 서로 다른 입장과 감정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조은아 대표노무사는 그 복잡한 사이에서 사실을 살피고, 법의 기준을 현실적인 언어로 바꿔 전달한다.
영어교육을 공부한 사람에서 노동법을 설명하는 전문가로, 그리고 한 조직을 이끄는 대표로.
법과 사람 사이에서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영어교육을 전공한 노무사, 지금도 ‘잘 설명하는 일’에 가장 진심인가요?

노동법은 아는 것만큼이나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법을 정확하게 설명하더라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면 실제 현장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만들 수 없으니까요.
기업 자문을 할 때도 법 조항만 전달하기보다 왜 이런 기준이 필요한지, 현재 조직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함께 설명하려고 해요.
강의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듣는 사람이 자신의 상황과 연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살아 있는 정보가 되거든요.
영어교육과 노동법은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의 눈높이에 맞춰 복잡한 내용을 풀어낸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어요.
예전에는 영어를 어떻게 이해시킬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노동법을 어떻게 현실의 언어로 바꿀지를 고민하고 있는 셈이죠.

Q2. 노무법인 대표가 된 뒤, 명함보다 더 크게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제 판단이 미치는 범위가 넓어졌어요.
이전에는 제가 맡은 사건과 고객에게 집중했다면, 지금은 구성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성장하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하니까요.
노무사는 다른 조직의 인사와 노무 문제를 조언하는 직업이에요.
그런데 정작 우리가 일하는 조직이 건강하지 않다면 그 조언에도 힘이 실리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외부 고객에게 이야기하는 원칙을 우리 조직 안에서도 지킬 수 있어야 하죠.
대표가 됐다고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더 많이 듣고, 제가 놓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게 됐어요.
책임은 무거워졌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전문성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보람도 커졌어요.

Q3. 병의원 노무를 들여다볼 때 가장 먼저 살피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병의원은 의료진과 행정직, 상담직 등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 긴밀하게 협업하는 곳이에요.
개원 초기에는 진료와 고객 응대에 집중하다 보니 근로계약이나 근무시간, 급여 체계 같은 노무관리가 뒤로 밀리기도 하고요.
저는 문제가 생긴 뒤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각자의 역할과 기준을 분명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로계약서는 제대로 작성돼 있는지, 근무시간과 휴게시간은 실제 운영 방식과 맞는지, 급여 구조에 불필요한 위험은 없는지 하나씩 살펴보죠.
작은 병원일수록 원장과 직원 사이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우리는 잘 알고 지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관계가 가까울수록 기준은 더 분명해야 해요.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오해가 줄고, 서로의 역할에도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Q4. 법을 다루는 노무사가 노무관리 앱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노무관리에는 반복되는 업무가 많아요.
근태와 급여 자료를 정리하고, 계약과 인사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작은 누락이나 착오가 생기면 예상보다 큰 문제가 되기도 하죠.
노무관리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젝트의 PM을 맡으며 가장 많이 고민한 것도 “현장의 번거로움을 어떻게 줄이면서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까”였어요.
기술이 노동법의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반복적인 업무를 체계화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때 확인하게 도울 수는 있으니까요.
다만 기능이 많다고 좋은 서비스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실제 사업주와 담당자가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죠.
법률 지식을 그대로 옮겨놓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과 언어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무 자문과도 닮아 있었어요.

Q5.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조사할 때, 가장 경계하는 판단은 무엇인가요?

한쪽에 치우치는 자세를 가장 경계하는 것 같아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은 당사자들마다 주장이 상이한 경우가 많아요.
본인의 기억과 해석이 다르고, 감정도 깊이 얽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한쪽 이야기를 들으며 먼저 결론을 정한 뒤 그에 맞는 이야기만 모으면 사실에서 멀어질 수 있죠.
그래서 조사에서는 중립성과 절차가 중요해요.
양쪽의 진술을 충분히 듣고,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와 당시의 맥락을 함께 살펴야 해요.
특정한 표현이나 한 장면만 떼어내기보다 관계와 업무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하고요.
무엇보다 조사 자체가 또 다른 상처를 만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질문하는 방식이나 정보가 공유되는 범위까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죠.
빠르게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누구도 절차에서 배제되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6. 노동법 강의를 할 때 가장 지우고 싶은 오해는 무엇인가요?

노동법을 무조건 한쪽의 편을 드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오해예요.
노동법은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지만, 동시에 사업주가 지켜야 할 기준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역할도 해요.
그 기준을 제대로 이해하면 불필요한 갈등을 미리 예방할 수 있고요.
특히 현장에서는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 법을 정확히 알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다들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괜찮겠지”라고 넘겼던 관행이 나중에는 임금체불이나 부당한 처우의 문제가 되기도 하죠.
그래서 강의할 때는 법 조항을 외우게 하기보다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는지사례를 보여주려고 해요.
노동법이 멀리 있는 어려운 법이 아니라, 매일 출근하고 일하고 급여를 받는 과정에 늘 함께하는 기준이라는 걸 전하고 싶어요.

Q7. 앞으로 어떤 일터의 변화를 만드는 노무법인을 꿈꾸나요?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찾는 곳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함께 고민하는 노무법인을 만들고 싶어요.
많은 분이 노무사를 해고나 임금체불처럼 갈등이 생겼을 때 찾는 전문가로 생각해요.
물론 사건을 해결하고 권리를 구제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에요.
하지만 조직의 기준과 제도를 미리 정비하면 갈등으로 번지기 전에 막을 수 있는 문제도 많아요.
기업에는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근로자에게는 자신의 권리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건네는 것.
그렇게 노사 모두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서로 다른 입장을 무조건 같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조율할 수 있는 건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목표예요.

Q8. 2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조은아 대표님의 클래식은 무엇일까요?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태도예요.
노무사의 업무는 법을 다루지만, 결국 그 법을 필요로 하는 건 사람이에요.
같은 사건처럼 보여도 각자가 놓인 상황과 일의 맥락은 모두 다르죠. 법 조항만 보고 빠르게 결론을 내리면 그 안에 있는 중요한 이야기를 놓칠 수 있어요.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노무관리 방식이 달라져도,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상황에 맞는 답을 찾는 과정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확한 기준을 지키되 그 기준이 향하는 사람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저만의 클래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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